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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필리핀 마약소탕전, 노동운동·정치적 반대자 확대 겨냥
 글쓴이 : 뉴스타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필리핀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워 당국에 껄끄러운 정치ㆍ노동 활동가들까지 소탕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두테르테 정부는 그동안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이른바 살인특공대를 동원해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초법적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국내외 비난을 받아왔으며 필리핀 인권단체는 초법적 살인 희생자가 2만 7천명에 이른다는 보고를 내놓고 있다.

10일 포린폴리시(FP)는 인권단체들을 인용, 두테르테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이 이제는 두테르테 대통령과 측근 세력들이 자신들의 반대세력으로 간주하는 인물들에까지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아시아 전문가 카를로스 콘데는 FP에 "(마약 전쟁이) 매우 끔찍한 혼합전술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는 마약 전쟁의 타당한 수순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 "마약과의 전쟁 계속된다…냉혹할 것" (마닐라 EPA=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케손시티의 국회의사당에서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마약과의 전쟁이 끝나려면 멀었다"면서 "시작했을 때처럼 가차 없고 냉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ymarshal@yna.co.kr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이른바 '붉은 10월'로 불리는 공산당 음모가 자신의 직위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반대자들에 대한 인신보호영장 적용을 중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정치적 반대세력과 언론인, 인권행동가 및 공산세력 지도자들이 자신에 반대하는 연대를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콘데는 필리핀 보안군이 더는 마약사범들과 정치적 반대세력을 구분하지 않고 마약 전쟁 수법을 정적들 상대로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보안군은 지난 3월 30일 남부 네그로스섬에서 공산 반군소탕 작전을 벌여 14명의 반군을 사살했다고 밝혔으나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현지 실사를 거쳐 사살된 반군들이 농민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필리핀 현지 경찰은 반군임을 내세우기 위해 농가에 무기와 폭약을 '심는 등'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 희생자는 4살 난 아들과 벤치에 앉아있다 경찰로부터 3발의 총을 맞았다는 현지인 증언도 나왔다.

이에 일단의 유엔 인권전문가들은 지난 7일 필리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이유로 벌어지고 있는, 인권활동가들을 포함한 무차별 살해에 대해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필리핀 대통령궁은 그러나 반군소탕이 합법적인 작전이었다면서 유엔의 조사요구는 명백한 내정간섭이라고 일축했다.

네그로스섬은 필리핀의 설탕 생산 중심지로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이 활발한 곳이다. 하루 50~70페소(약 1100~1500원) 일당을 받는 노동자 1만 1천명이 전국사탕노동자연맹(NFSW)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NFSW는 토지개혁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거대농장주들의 횡포에 맞서왔으며 필리핀 당국으로선 가시 같은 존재였다. 필리핀 당국은 이들이 공산 게릴라 조직인 신인민군(NPA)의 합법적 전위라고 비난해왔다.

2018년 10월에는 네그로스섬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8명의 NFSW 회원들이 괴한들에 의해 살해됐으며 NFSW와 인권운동가들은 농장주들을 살해 배후로 지목했다. 또 당시 피살 농부들의 변호사가 괴한들에 의해 피살되기도 했다.

토지와 권력을 둘러싼 지역 갈등에 국가가 개입하면서 유혈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농민이나 소수민족 등 지역민들은 그동안 지방 당국이 개발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른바 투자자들에게 토지를 포기해야만 했다.

개발을 둘러싼 지역 주민들과 당국 간 갈등은 역대 필리핀 정부에서 계속돼 온 것이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호전적 발언과 강경한 반란 진압정책이 지역의 권력 브로커들에게 무력에 의한 해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피살된 농부들은 건기(乾期) 중 소규모 자영농에 종사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NFSW는 정부의 토지개혁이 지지부진하면서 회원들에게 유휴지를 이용한 자영농을 권장해왔다.

그러나 카를리토 갈베스 필리핀 군참모총장은 네그로스섬 학살 사건 후 '붕칼란'으로 불리는 자영농이 두테르테 정부를 붕괴시키려는 국제사회의 음모라고 주장했으며 두테르테 대통령도 '유휴지를 점령한 농민들이 물리적으로 저항할 경우 사살해도 무방하다'는 지시를 내렸다.

두테르테 정부의 새로운 초법적 사살전략으로 NPA와 인권단체, 언론인 및 노동계 간부 등과의 구분이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두테르테 반대자들은 그의 초법적 사살전략의 다음 목표가 자신들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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