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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6-07 21:01
[국내] "제발 그만 낳아라"...필리핀이 저출생 현상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글쓴이 : 뉴스타임
 
합계출산율 1.9명, 2020년은 2.75명
종교 탓 임신중지·피임 등에 부정
"차라리 저출생으로 고민하고 싶다"
게티이미지뱅크

필리핀이 너무 높은 출생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와 자원은 제한돼 있는데 인구가 급속도로 늘면서 국가 성장을 발목 잡고 있다고 보는 탓이다. 한국을 비롯해 상당수 아시아 국가가 저출생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생각되는 평균 자녀 수)은 1.9명이었다.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0.78명), 일본(1.26명)뿐 아니라 싱가포르(1.05명), 태국(1.47명)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인구 대국’ 중국(1.18명)과도 격차가 크다.

지난해 필리핀의 출생률은 2020년(2.75명)에 비하면 크게 떨어졌지만, 코로나19 팬데믹 후폭풍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필리핀 정부의 분석이다. 1990년대 6,070만 명이었던 필리핀 인구는 현재 1억1,300만 명에 달한다. 유엔은 2050년경에는 필리핀이 세계 인구 증가량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산아 제한’은 필리핀 정부 주요 과제다. 필리핀은 출생률을 낮추기 위해 △가족계획(피임)에 정부 예산 우선순위 배정 △빈곤층에 무료 피임약 배포 △성교육 확대 등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국민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는 임신중지(낙태)는 물론이고 콘돔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농촌이나 빈곤 지역 여성들이 피임약이나 피임 도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마저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산아 제한에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저출생으로 고민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필리핀의 상황이 ‘행복한 고민’처럼 보인다. 일반적으로 높은 출생률은 노동인구 증가, 내수 시장 안정화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는 너무 많은 인구가 오히려 국가 경제 발전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본다.

국가 자원은 제한돼 있는데 인구만 빠르게 늘면서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탓이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선 1평방킬로미터(㎢)당 7만 명 이상 거주한다. 수감자조차 수감시설 정원의 3배 이상이 수용돼 있다. 빈곤층일수록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정부는 “차라리 저출생으로 고민하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아르세니오 발리사칸 필리핀 국가경제개발청 청장은 “저출생이 문제인 부유한 국가는 기술 개발로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이민을 받아들이면 되니 상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느냐”며 저출생 국가들을 부러워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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