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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3-09 13:31
[필리핀] 독재자 아들 ‘봉봉’, 균형외교·내치안정으로 필리핀 꿈 일군다[Global Focus]
 글쓴이 : 뉴스타임
 
■ Global Focus
- 새로운 리더십 선보이는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 미국과 안보·중국과는 경제 밀착
중국의 남중국해 위협 대비 공조
미국에 자국 군사기지 사용 허락
중국과는 석유·가스 공동탐사 등
시진핑 자극 발언 자제 ‘실리’ 챙겨
- 국내적 성과도 잇따라
코로나 변종 대비 백신조달 계획
현지 제조 위한 타당성연구 돌입
지역사회와 범죄 사전 단속 강화
강력범죄 발생률 11.6% 감소도

“필리핀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의 최전선에 서 있다. 대만 유사시 필리핀이 휘말리지 않을 시나리오를 생각하기는 어렵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2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갈등 심화로 동북아 정세가 어지러워지는 가운데, 동남아의 선두주자인 필리핀 수장이 미·중 간 최대 갈등 사안인 ‘중국의 대만 침공’과 관련해 우려의 뜻을 표한 것. 실제 필리핀은 미국·호주·일본과의 방위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르코스 대통령이 완전히 중국을 등진 것은 아니다. 그는 중국을 의식한 듯 자국의 대응이 “(사태를) 도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세계는 ‘필리핀 최악의 독재자’로 불리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그가 다시 정권을 잡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 년이 채 안 된 지금,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중 사이에서 노련한 줄타기를 하며 필리핀을 저개발의 늪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인치의 땅도 잃지 않을 것”…두테르테의 친중 노선 탈피하고 미·중 사이 줄타기 =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6월, 세계는 그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친중’ 노선을 계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마르코스 대통령은 기존 외교 노선에서 탈피, 중국의 남중국해 위협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산업 교류는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왼쪽)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AFP 신화통신 연합뉴스

실제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해 ‘필리핀의 위기’를 언급하며 “미국이 없는 필리핀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언급한 ‘필리핀의 위기’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을 의미한다. 둘 다 미·중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현안으로, 그의 발언은 사실상 향후 필리핀이 미국 편에 설 것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과의 분쟁이 본격화하고 미·중 경쟁이 심화하자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2월부터 미국과의 군사 합의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2월 2일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리핀 내 주요 군사기지 4곳을 미군이 사용하도록 합의했다. 이로써 미군의 거점은 총 9곳으로 늘었다. 중국이 필리핀과 미군의 유착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남중국해에서 도발을 이어가자 마르코스 대통령은 같은 달 28일 “이 나라의 영토를 조금도 잃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헌법과 국제법에 따라 영토 보존과 주권을 계속해서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대만 유사시에 대해선 “그런 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면서도 “우리 필리핀이 최전선에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필리핀 수도 마닐라가 있는 루손 섬 북쪽 끝에서 대만 최남단까지의 거리는 약 350㎞에 불과하다. 자국 수호를 위해 필리핀은 최근 미국·일본·호주와 방위 협정을 잇달아 체결 중이다. 이로 인해 미군은 필리핀군과 공동 훈련을 실시하고, 필리핀 내 탄약과 연료를 비축해 둘 수 있게 됐다. 닛케이는 미군이 “대만 유사시를 겨냥해 루손 섬 북부 거점 이용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필리핀이 올 초 실기 예정인 공동 훈련에 호주와 일본이 참여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을 방문한 마르코스(오른쪽) 대통령이 환영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는 모습. AFP 신화통신 연합뉴스

그렇다고 마르코스 대통령이 중국을 완전히 등진 건 아니다. 그는 중국과 남중국해 석유·천연가스 공동 탐사·개발 등에 나서며 ‘경제 협력’에는 손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취임 뒤 처음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며 ‘필리핀의 경제 개발을 도와줄 경우, 완전 친미(親美)로 돌아서지는 않을 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최고위급 인사는 물론, 영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까지 동원해 필리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미·중 사이 줄타기’ 작전이 일부 성공한 것이다.

◇‘범죄소탕’부터 ‘코로나19 대응’까지 모든 건 ‘마르코스 로드맵’으로 통한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정부의 모든 계획에 대해 중·장기, 단기 계획을 갖고 ‘마르코스 로드맵’을 세운 뒤 이를 실행한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임기 초반부터 대통령궁인 말라카낭궁에서 일해온 고위 관계자는 “마르코스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대통령은 제도적이고 조직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수행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장점 중 하나는 각료들에게 업무에 대한 비전을 제공하는 동시에 빠른 피드백을 주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마르코스 대통령은 항상 모든 내각 비서들을 주시하고 심지어 우리가 마르코스 로드맵과 관련한 업무 지시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을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마르코스 내각은 출범 1년도 지나지 않아 빠른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코로나19 변종에 대응하기 위해 백신 조달 계획을 세워 필리핀 현지 백신 제조 타당성에 관한 연구에 나섰고,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이 건강보험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검토과정에 나섰다. 또한, 지리적으로 고립된 지역을 위한 원격 보건 제도 구축, 지자체 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과 유엔 같은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 구축에 나섰다.

심지어 마르코스 대통령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최대과제로 삼았던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로돌포 아주린 경찰청장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8월 25일까지 전국의 강력범죄 발생 사례가 5237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929건에 비해 11.6% 줄어든 수치로, 마르코스 내각에서 강력범죄 발생 건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도 ‘마르코스 로드맵’이 영향을 미쳤는데, 그는 범죄자를 사후에 잡아넣기보다는 지역 사회와 공조해 사전 단속을 강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지역 사회 곳곳에 경찰력이 충분히 배치됐고, 범죄가 사전에 예방되며 범죄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식에서 전 세계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난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계획부터 설계까지 모든 게 대통령의 머릿속에 들어 있다는 ‘마르코스 로드맵’이 필리핀을 어떤 미래로 이끌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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